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던 조작의 철학일 뿐인 신실증주의와 실존주의. 20세기 조작의 시대에 철학이 조작의 행진 대열에 앞장선 것은 결국 존재자가 그 즉자성을 잃은 까닭이다. 루카치의 이 통찰은 몹시 중요하다. 존재자 일반의 즉자성이 송두리째 상실될 때 무도하게 횡행하는 것은 존재자에 대한 조작밖에 없게 마련이다. 사실 조작은 프로크루스테의 침대와 다를 바가 없다. 즉자성을 잃을 때, 존재자는 졸지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