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팅겐의 문서관에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과 마주친 그날부터 나는 그 전설에 푹 빠지고 말았다. 그것은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보았던 추억 속의 전설을 어른의 눈으로 해명해보겠다는 단순한 호기심도 아니었고, 어린이들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라는 수수께끼를 풀어보자는 흥미 때문도 아니었다. 130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이상한 사태의 배후에 있었을 당시 유럽 사회를 살아가던 서민의 모습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3세기 독일 작은 도시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한 지엽적인 전설이지만, 이 이야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