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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Arendt, Hannah, 1906-1975
선과 악은 예로부터 인간 사회의 큰 논쟁거리였다. 특히 동양철학에서는 성악설과 성선설을 거쳐 성무성악설, 성선악혼설 등 다양한 관점이 오고 가며 인간은 어떠한 상태로 태어나며 어떻게 선과 악에 근접해지는 지를 논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현대에도 인간의 선과 악은 여전히 논쟁거리이다. 흉악범들은 왜 악한 것인가, 국제사회에서 선한 행동은 무엇일까를 판단하기도 한다.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한나 아렌트는 생각보다 단순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은 ‘악의 평범성’인데, 인간 집단이 아무렇지 않게 악을 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상부의 지시를 따르기만 한 군인들은 일상적으로 악을 행하고 있었으며, 당사자들은 자신이 악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인상깊었다.그러나 이러한 ‘악의 평범성’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그 일례로 육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고 먹는 행위를 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악의 평범성’을 함유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악의 기저 범위를 생각해보아야 하며, 두 친구와의 논의를 통해 인간 사회의 존속에 방해가 되는 행위 정도로 범위를 설정해보았다. 예를 들어 살인은 인간 사회의 존속에 방해가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확히 악한 행위이며, 수업에 빠지는 행위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결론적으로 ‘악의 평범성’은 모호한 개념이고, 악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오용될 수도 있는 사상이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가 시사하는 점은 우리의 삶속에서 당연하고 일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 악을 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 지 한번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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